갑상선이 문제인데 왜 장 건강을 점검해야 할까요? 저도 처음엔 이 질문이 이해가 안 됐습니다. 갑상선은 목에 있고 장은 배에 있는데 무슨 상관일까 싶었죠. 하지만 하시모토 갑상선염을 제대로 알아보면서 장과 갑상선이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주변에도 갑상선 질환으로 평생 약을 드시는 분들이 여럿 계시는데, 그분들 중 장 건강 문제를 함께 겪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고요.
하시모토 갑상선염, 단순한 갑상선 문제가 아닙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여기서 자가면역 질환이란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 조직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치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해서 총을 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질환은 면역 세포가 갑상선을 공격하면서 TPO 항체(갑상선 과산화효소 항체)를 생성합니다. TPO 항체는 갑상선 호르몬 합성을 방해하는 항체로, 이 수치가 높으면 갑상선 세포가 지속적으로 손상받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단순히 TSH, T3, T4 같은 기본 호르몬 수치만 확인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주변 지인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반 내과나 부인과에서는 항체 검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내분비내과에서 TPO Ab 수치를 확인하는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하시모토 병인지 그레이브스 병인지 구별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의 대부분이 장 누수 증후군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출처: 미국 갑상선협회). 장벽에 균열이 생기면 본래 장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물질들이 혈액으로 유입되고, 이것이 면역 반응을 일으켜 결국 갑상선까지 공격하게 됩니다. 단순히 갑상선만 치료해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글루텐이 갑상선을 공격하는 이유
왜 밀가루를 먹으면 갑상선이 나빠질까요? 저도 처음엔 "설마 빵 좀 먹는다고?"라는 생각이었는데,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는 메커니즘을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글루텐의 한 성분인 글라이딘이 장벽 균열을 통해 혈액으로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항체를 만들어 공격합니다. 문제는 글라이딘의 분자 구조가 갑상선의 TPO 효소와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쌍둥이처럼 생겼다는 거죠.
그래서 글루텐을 섭취할 때마다 면역 체계가 "어? 저것도 공격해야 하나?" 하며 갑상선까지 함께 공격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분자 모방 현상입니다. 류머티즘 관절염에서 관절 단백질을 공격하는 것과 동일한 메커니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밀가루, 맥주는 물론이고 많은 분들이 건강식이라고 생각하는 통밀빵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예전엔 "통밀은 건강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글루텐 민감성이 있는 분들에게는 정제 밀가루나 통밀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오랜 기간 이런 음식을 섭취하면 결국 갑상선 기능이 점점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약물 치료만 받으면서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약 용량만 늘어나고 상태는 악화됩니다. 원인을 방치하고 결과만 다루는 셈이니까요.
장 내 미생물이 갑상선 호르몬을 좌우합니다
장 내 미생물 환경,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갑상선 기능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갑상선 호르몬 T4가 활성 형태인 T3로 변환되는 주된 장소가 바로 간과 장입니다.
여기서 T4와 T3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T4는 갑상선에서 생성되는 비활성 호르몬이고 T3는 실제로 우리 몸에서 작용하는 활성 호르몬입니다. T4가 T3로 변환되어야 비로소 제 역할을 하는 건데, 이 변환 과정에 장 내 유익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장 내 유익균들은 인테스티널 설포타아제(Intestinal Sulfatase)라는 효소를 분비합니다. 이 효소는 T4를 T3로 변환하는 데 필수적인데, 유해균이 많으면 이 변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이어도 피로하고 무기력한 분들이 계신데, 이런 경우 T4는 충분하지만 T3로의 변환이 잘 안 되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공부하면서 느낀 건 장이 정말 우리 몸의 건강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장기라는 점입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에게 고용량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섭취를 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장 내 환경의 균형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갑상선 기능 회복에 매우 중요합니다.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에서 분비된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출처: 미국국립보건원 NIH). 장 건강이 좋지 않으면 세로토닌 불균형이 생겨 스트레스 관리가 어려워지고 우울증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을 '제2의 뇌'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죠.
피해야 할 음식과 도움이 되는 영양소
하시모토 갑상선염 환자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글루텐이 든 밀가루(빵, 파스타, 과자 등)
- 아마씨, 좁쌀, 대두
- 십자화과 채소의 과다 섭취(브로콜리, 케일, 컬리플라워)
- 양파의 과다 섭취
- 두유 및 대두 가공식품
특히 십자화과 채소와 양파는 건강에 좋은 식품이지만 과다 섭취 시 갑상선 비대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루 100g 정도의 소량 섭취는 괜찮고, 김치나 사워 크라우트처럼 발효시키거나 데쳐서 먹으면 위험이 감소합니다. 두유는 시판 제품 대부분이 초가공식품에 가깝고 설탕 함량도 높아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솔직히 저도 예전엔 두유가 건강음료라고 생각했는데, 성분표를 자세히 보면 설탕이 정말 많이 들어 있더라고요.
반대로 갑상선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핵심 영양소는 셀레늄, 요오드, 철분, 비타민 A입니다. 셀레늄과 요오드는 해산물, 특히 다시마에 풍부하고 브라질너트에도 셀레늄이 많습니다. 철분은 소고기에, 비타민 A는 달걀노른자, 소 간, 대구 간에 풍부합니다.
좋은 지방 섭취도 중요합니다. 견과류, 아보카도, 올리브유, 등푸른 생선 같은 좋은 지방은 외부 요인으로부터 갑상선 손상을 보호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이 갑상선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약물 치료와 정상 수치에만 안심하지 마시고, 스트레스 관리와 장 건강 이 두 가지를 반드시 함께 점검하셔야 합니다.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는 건 결국 나 자신입니다. 요즘 시대에 맛있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끊기는 어렵지만, 조금씩이라도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이번에 공부하면서 건강을 위해 조금씩 줄여보려고 합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초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입니다. 내분비내과에서 정확한 항체 검사를 받고, 원인을 파악하여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