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면 나아지는데 왜 병원에 가야 하죠?" 이 질문은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이 초기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최근 드라마 '트라이'에서 윤계상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기 전까지는 이 병이 얼마나 위험한 질환인지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환자의 일상을 간접적으로 접한 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단순한 피로처럼 보이는 증상 뒤에 숨어 있는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항체가 신경근육 접합부를 공격해 근력 약화를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특히 증상이 쉬면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특성 때문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고 환자 중 약 15%는 기존 치료로도 증상 조절이 어려운 난치성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도 어려워집니다
중증근무력증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임상 양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질환의 특징은 하루 중에도 증상이 변한다는 점인데 아침에는 비교적 괜찮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근력이 점점 약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오후가 되면 눈꺼풀이 처지거나 물건을 들어올리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진단 과정에서는 혈액 검사를 통해 자가항체를 확인합니다. 아세틸콜린 수용체 항체나 머스크 항체와 같은 특정 항체가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아세틸콜린은 신경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중요한 물질인데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는 이 수용체를 공격하는 항체가 생성되어 신호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한 반복 신경 자극 검사나 단일 섬유 근전도 검사와 같은 전기생리학적 검사를 통해 신경근육 전달 기능을 평가합니다. 약물 검사에서는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를 투여한 뒤 증상 호전 여부를 확인하는데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효과가 나타나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문제는 근력 약화를 일으키는 질환이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이로 인해 중증근무력증은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거나 반대로 다른 질환이 중증근무력증으로 오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진단이 늦어질수록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다면 신경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치료제가 나왔지만 쓸 수 없는 현실
중증근무력증 치료 방법 3가지
중증근무력증 치료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1. 증상 조절 치료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입니다.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는 신경과 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을 돕는 약으로 복용 후 약 30분 내에 효과가 나타나며 3-4시간 정도 지속됩니다. 일반적으로 하루 3-4회 복용합니다. 이 약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있지만 효과가 부족하거나 부작용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 면역 치료
질환의 원인이 되는 면역 반응 자체를 조절하는 치료입니다.
-스테로이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면역억제제: 스테로이드 효과가 부족할 때 병용
또한 급성 악화(중증근무력증 위기) 상황에서는 빠른 치료가 필요합니다.
-정맥 면역글로불린: 건강한 사람들의 항체를 모아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혈장교환술: 혈액을 체외로 빼내어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제거하고 새로운 혈장으로 교체하는 치료법입니다.
3. 흉선절제술
흉선을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입니다.
흉선종 또는 흉선 증식증이 있는 경우, 특히 젊은 환자에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환자의 약 15%는 이러한 기존 치료만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합니다. 이들은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정맥 면역글로불린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따른 부작용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껴졌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보체억제제와 신생아 Fc 수용체 억제제가 있습니다.
1. 보체억제제(Complement inhibitor)
보체억제제는 면역 반응의 일부인 보체 시스템의 과도한 활성화를 차단하는 약물입니다.
중증근무력증에서는 이 보체가 신경근육 접합부를 공격해 손상을 일으키는데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 약물: 이쿨리주맙, 라블리주맙
효과: 투여 후 약 2주 내 빠르게 증상이 개선됩니다.
지속성: 장기적으로 효과 유지 가능합니다.
투여 주기는 이쿨리주맙은 2주 간격, 라블리주맙은 8주 간격으로 투여합니다.
2. 신생아 Fc 수용체 억제제 (FcRn inhibitor)
이 치료제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우리 몸에는 항체를 재활용하는 신생아 Fc 수용체가 있는데 이를 억제하면 자가항체가 다시 사용되지 못하고 빠르게 분해됩니다.
쉽게 말해 문제를 일으키는 항체를 더 빨리 제거하는 치료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약들은 난치성 환자들에게 분명한 희망이 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해외 기준으로 연간 치료 비용은 약 5억-7억 원에 달하는 데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 매우 큰 금액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껴졌던 부분도 바로 여기였습니다. 환자를 위해 개발된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비용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는 현실입니다.
환자들이 겪는 실제 어려움과 필요한 변화

중증근무력증은 환자마다 중증도가 천차만별입니다. 경미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분부터 외출이나 직장 생활이 어려운 분, 심지어 침상에서 호흡기를 착용해야 하는 분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습니다. 호흡 마비 같은 심각한 상황에서는 면역글로불린 주사로 빠르게 위기를 벗어나게 하지만, 중등도 이상 환자들은 스테로이드를 기본으로 하되 병이 심할수록 더 많은 약이 필요합니다.
중증근무력증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효과가 훨씬 좋다고 합니다. 반대로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는 여러 치료를 써도 조절이 어렵고 평생 고용량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는 것 자체가 큰 문제입니다.
중증근무력증에서는 '완치'라는 표현보다 '관해(remission)'라는 용어를 씁니다. 관해란 약을 쓰지 않아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전체 환자의 약 20% 정도만 이 단계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치료의 최종 목표는 증상을 최소화해 환자가 일상생활과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치료 약제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는 것입니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쓰면 골다공증, 당뇨, 감염 위험 증가 같은 부작용이 따라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증근무력증을 기존 치료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부작용을 감수하며 치료를 이어가는 환자들도 많고 기존 치료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난치성 환자가 약 15%에 이릅니다.
환우분들께는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혼자서만 버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같은 질환을 겪는 환우들과 경험을 나누고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한 사람으로서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보체억제제와 신생아 Fc수용체 억제제와 같은 신약들은 이미 해외에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인해 실제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은 분명한 한계입니다. 환자들이 보다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신약에 대한 급여 적용과 같은 제도적 지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GNFHSgfSaQ
https://www.youtube.com/watch?v=Tcf1WT1TBj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