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기에 자주 걸려서 병원을 찾을 때마다 처방받은 약을 먹었는데, 신기하게도 피부 트러블까지 싹 가라앉는 경험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감기약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강직성척추염 발작이 있었을때 약 3일간 혈관에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입하는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지만, 때로는 치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약 중 하나가 바로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 종류부터 제대로 알고 가자
많은 분들이 스테로이드를 하나의 물질로 오해하시는데, 실제로는 특정 화학 구조를 가진 화합물들을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크게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와 안드로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drogenic anabolic steroid)로 나뉩니다. 여기서 코르티코스테로이드란 우리 몸의 부신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과 유사하게 만든 합성 약물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병원에서 처방하는 건 대부분 코르티코스테로이드입니다. 덱사메타손, 메틸프레드니솔론, 트리암시놀론 같은 성분명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약들은 주사제, 경구약, 연고, 흡입제 등 정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환자의 질병과 증상 정도에 따라 적합한 제형이 선택됩니다.
반면 안드로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단백질 합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켜 근육을 빠르게 키우는 효과가 있어서, 일부 보디빌더들이나 운동선수들이 사용하는 바로 그 물질입니다. 저도 헬스장에서 유독 덩치가 큰 분을 본 적이 있는데, 그분은 스테로이드를 맞으면서도 위험성을 인지해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으면서까지 스테로이드를 쓴다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약일까 독일까
제가 직접 경험한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효과는 놀라웠습니다. 감기 증상은 물론이고 생리 전 피부 트러블까지 잡아줘 약을 복용하는 동안만큼은 확실히 좋은 피부를 보장해주는 약이였습니다. 이 약은 우리 몸에서 지방과 단백질을 분해해 포도당을 만들고, 스트레스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돕는 스트레스 호르몬 역할을 합니다. 염증 억제와 통증 조절이 주요 기능이며, 면역 억제 효과 덕분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을 때도 투여됩니다.
하지만 이 효과 좋은 약에도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포도당 생성을 증가시키는 특성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급격히 높일 수 있습니다. 2024년 대한당뇨병학회 자료에 따르면 스테로이드 투여 후 혈당 상승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그래서 당뇨가 있으신 분들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장기간 복용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부작용>
1. 골다공증
소장에서 칼슘 흡수를 감소시키고 콩팥에서 칼슘 배출을 증가시켜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2. 고혈압
나트륨과 수분의 재흡수를 증가시키고, 혈관의 민감도를 높입니다. 이로 인해 체내 혈액량이 증가하고 말초 혈관 저항이 상승하 면서 혈압이 올라갑니다.
3. 중심성 비만
지방이 복부와 몸통에 집중적으로 축적되는 반면 팔다리는 상대적으로 가늘어지는 체형 변화가 나타납니다.
4. 피부 변화
피부가 얇아지고 진피가 약해지면서 혈관이 잘 보이고, 작은 충격에도 멍이 쉽게 생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기간과 용량을 지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의사가 처방한 용량과 기간만 정확히 지킨다면 부작용 걱정 없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강직성척추염과 같은 급성 염증 상황에서는 증상 조절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근육의 대가는 혹독하다

안드로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소나 돼지, 말 같은 동물의 고환에서 추출한 테스토스테론을 합성한 물질입니다. 단백질 합성을 극대화해서 단기간에 근육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효과가 있어 '단백질 퐁퐁 스테로이드'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남성 호르몬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낮거나 근육 감소가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됩니다.
문제는 정상적인 호르몬 수치를 가진 사람이 근육 강화 목적으로 남용하는 경우입니다. 외부에서 남성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으면 우리 몸은 '더 이상 만들 필요가 없다'라고 판단해 고환의 호르몬 생산 기능을 멈춥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고환이 실제로 작아지고,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 정자 생성 불능 상태까지 이어집니다. 한번 망가진 고환 기능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무섭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남성 호르몬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일부가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되면서 여성형 유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제가 헬스장에서 본 그 회원분도 이런 위험을 알면서 사용하고 계셨는데, 정기적인 검사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부작용은 심혈관 질환입니다. 근육이 커지면서 심장 근육도 함께 비대해지는데, 좌심실 비대성 심근병증(hypertrophic cardiomyopathy)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좌심실 비대성 심근병증이란 심장의 좌심실 벽이 두꺼워져 심장이 제대로 수축·이완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심장 크기는 커졌지만 제한된 가슴 공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뛰지 못하게 되고, 결국 급성 심근경색이나 급사로 이어질 위험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이 외에도 장기 복용 시 다음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간 손상 및 간암 발생 위험 증가
-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 가능성 상승
- 고지혈증으로 인한 혈관 질환
- 남성형 탈모 가속화
- 여성의 경우 목소리 굵어짐, 체모 증가 등 남성화 진행
또한 여성의 경우 남성호르몬 유사 작용으로 인해 목소리 변화, 체모 증가, 생리 불순 등 남성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 주의해야 할 점은 일부 변화는 약물을 중단한 이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목호리 변화나 체모 증가, 생리 주기 이상 등은 개인에 따라 지속되거나 부분적으로만 회복되는 경우도 보고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부작용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올바른 스테로이드 복용법, 생명을 지키는 원칙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처방된 용량과 기간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제가 강직성척추염 치료를 받을 때도 의사 선생님이 정확한 투여 일정과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하셨고, 덕분에 부작용 없이 증상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테이퍼링 요법(tapering therapy)'입니다. 여기서 테이퍼링이란 약물을 갑자기 끊지 않고 서서히 용량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갑작스러운 중단은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현상을 일으켜 억눌려 있던 염증과 증상이 폭발적으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루 세 알을 복용하던 환자라면 일정 기간 두 알로 줄이고, 다시 안정화되면 한 알로 감량하는 식입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복용할 때 주의해야 할 핵심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당뇨 환자는 혈당 수치를 더욱 자주 체크하고 인슐린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음
- 위장 장애 예방을 위해 NSAIDs 같은 진통제와 함께 복용 시 위 보호제 병용 필수
-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 고려
- 장기 복용 시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혈압 모니터링 실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일반적인 치료 목적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의학적 필요 없이 개인적으로 구매하여 사용하는 경우, 국가에 따라 법적으로 금지되거나 엄격히 제한될 수 있습니다.
최근 운동 업계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남용 사례가 언급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건강 측면에서 매우 큰 위험을 동반합니다. 단기간에 근육량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수는 있으나, 그 대가로 심혈관계, 간, 호르몬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부담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외형적인 변화는 단기간에 얻을 수 있지만, 건강을 잃게 되면 그 모든 의미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약으로 사용할지, 혹은 독이 되게 할지는 결국 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 그리고 적절한 사용 원칙을 따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zjJuHoJ_pFg
https://www.youtube.com/watch?v=csIamx_FO74&t=387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