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 잠들기 직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1분에 한 번씩 심장이 멈추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고, 저는 그때부터 며칠간 부정맥이라는 단어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검사를 받아도 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고, 제 고통을 이해받지 못하는 답답함까지 더해졌습니다.
부정맥이란 무엇이고 왜 생기는 걸까

부정맥(不整脈)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거나 정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뛰는 질환입니다. 심장은 우심방, 좌심방, 우심실, 좌심실의 네 개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방이 순차적으로 수축하면서 온몸에 혈액을 공급합니다. 이러한 수축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심장 내 전기 신호가 정확하게 발생하고 전달되어야 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부정맥이 발생합니다.
심장 내 동방결절(sinoatrial node)에서 전기 신호가 시작되어 심방으로 퍼진 후, 방실결절(atrioventricular node)이라는 중계기를 거쳐 심실로 빠르게 전달됩니다. 여기서 동방결절이란 심장의 자연적인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심장 박동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입니다. 이 전기 신호는 심전도(ECG)에서 P파(심방 수축), QRS파(심실 수축), T파(심실 이완)의 세 가지 파형으로 기록됩니다.
부정맥의 주요 위험 인자는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제 경우엔 교대 근무와 스트레스, 그리고 이명 치료를 위해 복용했던 고용량 스테로이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출처: 대한부정맥학회). 흡연과 음주도 중요한 원인인데, 특히 과도한 음주는 부정맥 재발률을 두 배 이상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면 무호흡증 역시 수면 중 저산소증을 일으켜 자율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관리해야 합니다.
부정맥의 세 가지 유형과 각각의 증상

부정맥은 크게 기외수축, 빈맥성 부정맥, 서맥성 부정맥의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 기외수축(premature contraction)은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심방이나 심실의 특정 부위에서 간헐적으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조기에 발생하여 정상 신호를 방해하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조기 발생이란 원래 박동 주기보다 빨리 신호가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며, 이 때문에 손목 맥박을 짚으면 맥이 한 번씩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제가 집에서 구입한 심전도 측정기로 확인했을 때도 바로 이 심방외조기박동이 잡혔습니다. 밤에 조용히 누워 있을 때 증상이 더 심했고, 가슴이 철렁하고 답답한 느낌과 함께 호흡 곤란까지 느껴졌습니다.
두 번째, 빈맥성 부정맥(tachyarrhythmia)은 맥박이 정상보다 훨씬 빠르게 뛰는 상태입니다. 분당 150회 이상으로 뛰는 경우가 많으며, 심방에서 발생하는 심방 빈맥과 심실에서 발생하는 심실 빈맥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심실성 빈맥은 기존 심장병이 있거나 급사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게서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갑작스러운 두근거림, 어지러움, 숨 가쁨, 혈압 저하로 인한 실신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서맥성 부정맥(bradyarrhythmia)은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게 뛰는 질환입니다. 동방결절에 이상이 생겨 심장 박동이 일시적으로 멈추거나 느려지는 동기능 부전 증후군과, 방실결절이나 전도로에 문제가 생기는 방실 차단으로 나뉩니다. 활동 시 박동이 빨라지지 않아 호흡 곤란과 가슴 답답함을 느끼고, 심한 경우 현기증이나 실신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병원 검사만으론 안 잡혔던 부정맥, 집에서 진단하기

제가 부정맥으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증상이 있을 때 병원에 가면 정작 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안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24시간 홀터 검사를 여러 번 했고, 심지어 48시간 홀터까지 했는데도 별다른 소견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검사할 때만 증상이 약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됐고, 의사 선생님이 저를 이상하게 보는 것 같아 억울했습니다.
홀터 검사(Holter monitoring)란 24~48시간 동안 휴대용 심전도 기록기를 착용하여 일상생활 중 심장 박동을 연속적으로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 짧은 외래 진료 시간의 일반 심전도 검사만으로는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삼성서울병원). 그래서 저는 결국 집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심전도 기계를 2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했습니다. 애플워치는 가격이 부담되어 저렴한 대안을 찾았고,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즉시 측정하니 비로소 심방외조기박동이 확인됐습니다.
스스로 진맥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손목을 약간 아래로 구부린 후, 반대쪽 손의 검지, 중지, 약지 세 손가락으로 손목 바깥쪽 약간 들어간 부위를 직각으로 살짝 눌러 맥박을 느껴봅니다. 10초간 맥박수를 세어 6을 곱하면 분당 맥박수를 알 수 있고, 맥박이 일정한지, 한 번씩 빠지거나 갑자기 빨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에 심전도 기능이 탑재되어 증상 발생 즉시 기록하고 진료 시 의료진에게 보여줄 수 있어 진단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심방세동과 뇌졸중, 그리고 치료 방법
부정맥 중에서도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입니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불규칙하게 떨리면서 혈액이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고여 혈전(피떡)을 만드는 질환입니다.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뇌로 이동하여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하며, 우리나라 돌연사의 약 90%가 부정맥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현재 국내 전체 인구의 약 2%가 심방세동을 앓고 있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항응고제 복용이 필수입니다. 항응고제는 아스피린과 달리 심장 내 혈전 생성을 억제하도록 특수 설계된 약물로, 최근 개발된 약들은 예측 가능한 효과와 높은 안정성을 보입니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며, 고혈압, 당뇨, 심부전, 혈관 질환, 65세 이상 고령 등 뇌졸중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처방됩니다. 국내 심방세동 환자의 80% 이상이 항응고 치료 대상이므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중요합니다.
부정맥 치료는 증상과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제 경우처럼 기외수축은 대부분 치료가 필요 없고 경과 관찰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심장에 비정상적인 전기 조직이 있어 지속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극 도자 절제술(catheter ablation)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서혜부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하여 심장의 문제 조직을 전기나 냉각으로 제거하는 시술로, 전신 마취 없이 수면 마취로 비교적 간편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박동기(pacemaker) 삽입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최근 심박동기는 크기가 작아져 외관상 거의 티가 나지 않으며, 내장 배터리는 8~9년 정도 사용 가능합니다. 심방세동 치료는 과거엔 어려웠으나, 3차원 지도화 기술과 전극 열 절제술, 냉각 풍선 절제술 같은 최신 시술법이 도입되면서 성공률이 크게 향상됐습니다.
결국 제 부정맥은 간호사 업무를 그만두고 집에서 충분히 쉬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으니 서서히 호전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교대 근무, 환자 스트레스, 이명 치료 스테로이드, 수면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꼈고,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와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집에서 측정할 수 있는 심전도 기기를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를 잘 만나는 것도 치료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증상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부정맥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상담받으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DcLH1gMluKM&t=1036s
https://www.youtube.com/watch?v=brrNjOokl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