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병을 접했을 때, 이름부터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단어만 들으면 굉장히 무겁고 무서운 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관련 정보는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환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내용은 많지 않아 처음에는 적지 않게 혼란스러웠습니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치료 과정도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공부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보려 합니다.

다발성경화증 초기증상, 어떻게 알아챌까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MS)은 뇌, 척수, 시신경 같은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만성 질환입니다. 여기서 '다발성'이란 신경계 여러 부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고, '경화증'은 염증으로 인해 신경을 감싸는 수초가 손상되어 흉터처럼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전선을 감싸는 피복이 벗겨지면 전기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듯이, 신경 신호 전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는 인구 10만 명당 5-7명 정도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지만, 북미나 서유럽에서는 훨씬 흔하게 나타납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희귀 질환 정보). 우리나라의 경우 다발성경화증 환자는 약 3000명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서구권에 비해 발생률은 낮지만 진단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점차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사회적 인식이나 이해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측면이 있으며 환자 입장에서 참고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제한적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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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다음과 같이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 근력 및 움직임 관련
힘이 빠지거나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증상
• 감각 이상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등 평소와 다른 느낌
• 시각 이상
시력이 떨어지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증상
• 균형 및 어지러움
어지러움이 심해지거나 균형 잡기가 어려운 경우
• 배뇨·배변 문제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지는 증상
이처럼 초기 증상이 다양하고 다른 질환과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로 인해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진단을 위해서는 MRI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가 필수입니다. MRI에서는 '도슨 핑거(Dawson's Finger)'라고 불리는 손가락 모양의 병변이 뇌 정맥을 따라 길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다발성경화증의 전형적인 소견입니다. 여기서 도슨 핑거란 뇌 정맥 주변으로 염증 병변이 손가락처럼 길게 뻗어 있는 모양을 말합니다.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올리고클로날 밴드(Oligoclonal Band)라는 특정 단백질 패턴이 발견되는지 확인합니다. 올리고클로날 밴드는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항체 패턴으로, 다발성경화증 진단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탈수초성 질환'이라고 해서 모두 다발성경화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탈수초성 질환은 신경을 보호하는 수초가 손상되는 질환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다발성경화증 외에도 시신경척서염, 항수초 희소돌기아교세포 당단백 항체 연관 질환 등 여러 유사 질환이 포함됩니다. 이들 질환은 증상이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출처: 대한신경과학회).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서구권과 달리 시신경척수염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에서는 항체 검사와 MRI 판독을 보다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이부분을 공부하면서 단순히 신경질환이라고 한데 묶어 이해해서는 안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약물과 생활관리, 실제로 어떻게 해야 할까
다발성경화증의 핵심 병리 기전은 자가면역 반응입니다.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가 혈액-뇌 장벽(BBB)을 통과해 중추신경계로 들어가 정상적인 신경 조직을 공격하게 됩니다. 여기서 혈액-뇌 장벽이란 혈액과 뇌 조직 사이에 존재하며, 외부 물질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선택적 방어막을 의미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을 감싸고 있는 수초가 손상되면서 탈수초화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신경 신호 전달이 지연되거나 차단됩니다.
현재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급성 악화 시 염증 반응을 빠르게 억제하는 치료이고, 둘째는 질환의 재발 자체를 예방하는 장기 치료입니다. 급성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가 기본으로 사용되며,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혈장 교환술(플라스마페레시스)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재발 예방을 위한 약물은 정말 다양합니다. 자가 주사제로는 베타페론, 코팍손이 있고, 경구 약제로는 오버지오, 텍피 데라, 피탈렉스, 마벤클라드가 있습니다. 정맥주사제로는 티사브리, 렘트라다 등이 있습니다. 제가 이 약물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치료 트렌드는 초기부터 고효능 약물(High Efficacy Drug)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장기 추적 연구 결과, 초기에 고효능 약물로 치료받은 환자들이 나중에 신경학적 장애가 덜 진행되었다는 보고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고효능 약물에는 피탈렉스(길레냐), 마벤클라드, 티사브리, 렘트라다 같은 것들이 포함됩니다.
특히 렘트라다나 마벤클라드 같은 면역 재구성 약물은 면역 체계를 완전히 리셋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여기서 면역 재구성이란 기존의 비정상적인 면역 세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면역 세포가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치료 방식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면 약물을 중단한 후에도 오랫동안 재발 없이 지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약물 선택 시 효과만 보면 안 됩니다. 부작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환자의 나이, 성별, 가임 여부,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므로,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발성경화증(MS) 생활 관리 가이드
1. 식단 관리
생활 관리에서 식단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 포화지방산이 많은 육류, 버터, 치즈 섭취는 줄입니다.
* 불포화지방산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 채소 섭취를 늘립니다.
과일과 채소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어 항염증 효과를 가진 짧은 사슬 지방산(SCFA) 생성을 돕습니다.
유제품은 저지방 우유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2. 영양제
다발성경화증 환자에게 자주 언급되는 영양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산균은 장-뇌 축(Gut-Brain Axis)을 통해 면역 체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장-뇌 축은 장내 미생물 환경이 신경계와 면역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의미합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유산균이 신경 기능 장애 및 기분 문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비타민 D는 결핍 시 반드시 보충해야 하며, 정상 범위에서도 1000~3000 IU 정도의 유지 용량이 권장됩니다.
*오메가3는 항염증 효과가 있어 보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운동
운동은 질환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뇌 용적 감소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
* 기능 장애 진행 지연
* 피로감, 통증, 우울감 개선
* 균형 감각 향상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요가, 필라테스 포함)을 모두 권장합니다.
주 2~3회, 중간 강도로 시작하고 개인의 신체 상태에 맞춰 점진적으로 강도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임신과 출산
가임기 여성 환자에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피임약은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며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임신 중 약물 사용은 약제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므로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야 합니다. 자가 주사제는 비교적 안전한 편이며, 일부 경구용 약제는 임신 확인 시 즉시 중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모유 수유는 권장되며, 단독 모유 수유를 2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재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5. 코로나19 백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다발성경화증 재발률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일부 면역 관련 치료를 받는 경우 백신 효과가 감소할 수 있으며, 접종 후 일시적인 증상 악화(가성 재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실제 재발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다발성경화증은 환자마다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며 획일적인 치료법도 없으니 개인별 맞춤 치료와 관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새로운 증상이 1-2일 이상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에는 응급실 방문이 필요합니다. 경미한 증상이라도 반복되거나 누적되면 장기적인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초기 대응이 필요합니다.
다발성경화증으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충분히 조절 가능한 질환이르모 식단, 운동,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질환을 공부하면서 단순한 신체 질환을 넘어 환자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인 질환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은 환자의 삶을 지지하고 건강 관리를 돕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c1yKmKjwSc
https://www.youtube.com/watch?v=ZZtat-Bb_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