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제가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1년 전 스키장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 허리가 아팠는데, 처음에는 단순 염좌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4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고, MRI를 찍어보니 천장관절(엉덩이엉덩관절)이라는 부위에 양쪽으로 염증이 있더라고요. 영상의학과 의사 선생님께서 류머티즘 검사를 권유하셨지만 젊은 여성에게는 드문 질환이라며 아닐 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결국 저는 강직성척추염 확진을 받았고,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으며 워커바를 잡고 겨우 걸을 수 있는 상태까지 갔습니다. 지금은 꾸준한 관리로 일상생활로 돌아왔지만, 진단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이 글을 통해 제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강직성척추염이란 무엇인가
강직성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은 척추와 골반뼈를 연결하는 천장관절(sacroiliac joint)에 염증이 생기면서 시작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입니다. 여기서 '강직'이란 뼈가 서로 붙어 굳어진다는 뜻이고, '척추염'은 척추에 염증이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척추가 대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릴 수 있는 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병은 뼈에 인대나 근육이 붙는 부착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인데, 이를 의학 용어로 '부착부염(enthesitis)'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강직성척추염은 20대에서 40대 사이 젊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여성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희귀 질환 통계에 따르면(출처: 보건복지부) 국내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약 5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조기 진단율이 낮아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처럼 처음에는 단순 허리 통증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직성척추염은 HLA-B27이라는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데,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 약 25%에서 발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있다고 반드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환경적 요인과 면역 체계의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우에도 유전자 검사 결과 HLA-B27 양성이었고, 그제야 왜 이렇게 아팠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염증성 요통과 일반 요통의 차이
강직성척추염의 가장 큰 특징은 '염증성 요통(inflammatory back pain)'입니다. 일반적인 요통은 쉬면 좋아지고 움직이면 아픈 반면, 염증성 요통은 정반대입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즉 밤새 쉬었을 때 증상이 가장 심하고, 움직이면 오히려 통증이 완화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차이를 몰라서 단순 염좌로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침마다 허리가 뻣뻣하고 일어나기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염증성 요통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40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고, 발병 시점을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다
-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하다(조조강직)
- 움직이거나 운동하면 통증이 완화된다
- 밤에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
-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를 복용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제가 입원했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이 기준들을 하나씩 짚어주셨는데, 저는 다섯 가지 모두 해당되더라고요. 특히 새벽 3~4시쯤 허리 통증 때문에 깨서 뒤척이는 일이 잦았고, 일어나서 조금 걸으면 통증이 줄어드는 걸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허리 디스크나 근육통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검사 과정
강직성척추염은 진단까지 평균 40개월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조기 진단이 어려운 질환입니다. 저 역시 스키장 사고 이후 4개월 동안 정형외과를 전전하며 C-arm 주사와 체외충격파 치료만 받았고, 제대로 된 진단은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워커바 없이는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악화된 후에야 류머티즘내과를 찾게 되었고, 그때서야 정확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진단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는 골반 엑스레이와 MRI입니다. 엑스레이로는 천장관절의 손상 정도를 4단계로 나누어 평가하는데, 1단계는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초기 변화, 2단계는 관절 간격이 벌어지는 변화, 3단계는 뼈가 자라 나오면서 일부 붙기 시작하는 단계, 4단계는 완전히 붙어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양쪽 천장관절에 2단계 이상 변화가 있거나 한쪽에 3단계 이상 변화가 있으면 강직성척추염으로 진단됩니다.
제 경우에는 MRI에서 천장관절 양쪽으로 염증이 심하게 퍼진 상태였고, HLA-B27 유전자 검사도 양성으로 나왔습니다. 대한류머티즘학회 자료에 따르면(출처: 대한류머티즘학회) HLA-B27 양성인 경우 강직성척추염 진단 확률이 높아지지만, 음성이라고 해서 강직성척추염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HLA-B27 음성인데도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는 환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척추가 굳어버려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젊은 나이에 발병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장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중에 강직성척추염 환자가 있다면 유전 가능성이 있으므로, 염증성 요통 증상이 나타날 때 빨리 류머티즘내과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료 방법과 생물학적 제제의 역할
강직성척추염 치료의 핵심은 염증을 조절하고 척추가 굳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첫 번째 단계는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 복용입니다. 이 약은 단순히 통증만 줄이는 게 아니라 염증 자체를 가라앉혀서 뼈의 손상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저도 입원 초기에 소염진통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면서 염증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걸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소염진통제만으로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biological agents)를 사용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란 면역 체계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물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TNF(종양괴사인자) 억제제가 있는데, 휴미라(Humira), 엔브렐(Enbrel), 레미케이드(Remicade) 같은 약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약들은 주사로 투여하며, 보통 2주에 한 번 맞는 방식입니다.
최근에는 TNF 억제제 외에도 인터루킨-17(IL-17) 억제제나 JAK(야누스 인산화효소) 억제제 같은 새로운 계열의 약도 나왔습니다. 코센틱스(Cosentyx), 탈츠(Taltz) 같은 IL-17 억제제는 TNF 억제제가 잘 듣지 않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며, 린버크(Rinvoq) 같은 JAK 억제제는 먹는 약으로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적 제제의 보험 적용 기준은 까다롭습니다. 소염진통제를 3개월 이상 충분히 복용했음에도 효과가 없고, 염증 수치(CRP, ESR)가 높으며, 영상 검사에서 염증 소견이 확인되어야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치료 중단 후 재투여 시에도 소염진통제를 3개월 이상 다시 복용해야 보험이 적용되므로, 임의로 약을 끊지 말고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동과 생활 관리의 중요성

약물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운동입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움직이지 않으면 척추가 굳는 병이기 때문에, 꾸준한 스트레칭과 운동이 필수입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가장 먼저 권한 운동은 '숨쉬기 운동'이었습니다. 흉곽이 좁아지면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심호흡과 명상을 통해 폐 근육을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운동의 핵심은 '부착부염'을 줄이는 것입니다. 뼈에 인대나 근육이 붙는 부위를 스트레칭해 주면 염증이 줄어들고 증상도 완화됩니다. 수영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사실 강직성척추염 환자에게는 땅을 딛고 하는 운동이 더 권장됩니다. 물속에서는 근육 운동은 되지만 부착부가 충분히 스트레칭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영과 헬스를 병행하고 있는데, 헬스에서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할 때 더 효과를 느낍니다.
다만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합니다. 저는 예전에 플라잉요가 강사 자격증을 준비했었는데, 진단받기 전 요가를 하고 나면 천장관절 통증이 심해지더라고요. 몸을 많이 비틀고 거꾸로 매달리는 동작이 천장관절에 무리를 줬던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운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며, 한꺼번에 많이 하기보다는 꾸준하게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생활 습관도 중요합니다. 금연과 금주는 기본이며,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걷기나 계단 오르기 같은 일상 활동에서도 자세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햇빛을 충분히 쐐는 것을 권장하는데, 강직성척추염 환자는 골다공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비타민 D 합성을 위해 낮 시간대 햇빛을 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밤늦게 운동하면 수면에 방해가 되므로, 낮 시간대에 활동하고 밤에는 충분히 휴식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지만, 조기에 진단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저도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캄캄했지만, 지금은 약물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며 예전처럼 걷고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지만, 제 몸에 맞춰 제 몸을 위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만약 아침에 일어날 때 허리가 뻣뻣하고 움직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증상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류머티즘내과를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조기 진단이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cLuXKPnZw
https://www.mohw.go.kr
https://www.rheum.or.kr